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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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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시청역 사람들
코로나 19로 일본 사회의 숨어있던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접근이 어려운 PCR 검사, 올림픽을 염두에 둔 정보 은폐, 감염대책의 지연과 실패, 폐업과 해고, 더딘 보상. 일본에서도 코로나 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생존을 위협받게 된 오사카 하층민들은 코로나 19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오사카 농성 행동’을 결성했습니다. 무료 급식이 끊긴 천여 명의 노숙자들, 손님을 잃은 출장 안마사, ‘밤의 거리’의 호스티스, 코로나 19 전담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업이 끊긴 가정교사, 후쿠시마 방사능 피난민. 이들은 생존을 위해 오사카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오사카 시청과 직접 교섭에 나섰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무성의로 무산됐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 중 한 젊은 남성이 눈에 띕니다. 그는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됐습니다. 오사카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 위치한 학교로 발령이 났는데 그 학교는 학교 규칙이 엄격해서 그 학교를 다니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쫓겨난다고 합니다. 그는 부자 동네 아이들보다 가난한 동네 아이들에게 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일본의 교육 현실을 비판합니다. 아이들에게 벌을 주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게 괴로웠다는 그는 지금 노숙자들과 길 위에 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사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다니던 호텔은 시청 근처에 있습니다. 출퇴근을 하는 길에 많은 노숙자를 만납니다. 바닥에 누워서 잠든 사람, 텅 빈 눈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사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이고 지고 가는 사람, 혼잣말을 하며 서성이는 사람, 구걸을 하는 사람. 이른 아침 출근하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새로 생긴 샌드위치 가게 젊은 주인이 샌드위치가 담긴 쟁반을 들고 어딘가로 바쁘게 가는 걸 봤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봤습니다. 그녀의 바쁜 걸음걸이와 밝은 표정이 제 마음에 남았고, 저는 그녀가 샌드위치가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노숙자들에게로 가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 후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근거림은 저를 그녀의 가게 앞에서 서성이게 했고, 그런 제게 그녀가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녀는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우리는 그렇게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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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2020/10/15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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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2020/10/15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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